잘나 한머, “우리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 中 (1996 영국)

몇년 전 나는 내가 브래드포드 대학의 직원과 학생들 중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여성해방운동의 소식지와 회보 등 출판물들이 언제 어떻게 발달했고 그 중 무엇이 영국의 것인지를 아는 유일한 여성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처럼 기초적인 정보가 암울할 정도로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해방운동의 선두적이고 날카로운 이론을 담은 여러 출판물들들에 대한 지식생산은 논의될 여지도 없다. 또한 기초적인 지식이 전무한 여성들은 자신의 관심분야에 관련된 자료를 어디에서부터 찾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브래드포드 대학의 페미니스트 기록 보관소에 수집된 자료를 찾은 뒤에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기록 보관소를 이용하는 여성들이 맞부닥치는 문제들은 최근의 과거 – 내 기억 속에는 생생한 – 가 얼마나 많은 수의 여성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지 내 마음 속에 사무치게 했다. 여성들이 벌인 정치적 투쟁 중 가장 최근의 물결은 19세기에 있었던 물결만큼이나 불투명해지고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실천여성학 석사과정의 페미니즘들과 성적 구분들에 대한 강의 초반부에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19세기 영국의 페미니즘에 대해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여성해방운동이 일기 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어떤 미친 여자들이 쇠줄로 자기 몸을 의회 앞 난간에 묶었다.” 19세기 영국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이 짧은 지식이 전부인 여성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최근에 여성학이나 여성과 젠더를 다루는 그 밖의 학문분과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여성들만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식인 여성들과 남성들이 그녀들에게 해온 짓>(1982)에서 데일 스펜더는 우리가 우리의 문화유산을 잃어버리게 되는 현상의 의미를 짚으며 우리가 남성의 역사와 여성의 역사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일이 여성 종속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탐구한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과거를 모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과거가 없는 이들에게는 미래도 없다. 그들은 종속된 상태로, 사회를 지배하는 이들의 역사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남으며 기껏해야 특권을 가진 카스트, 집단, 또는 계급의 명예 구성원이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영국에서의 여성들에 대한 폭력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우리가 그 일을 처음으로 발견한 여성들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 이전에는 아무도 여성들이 현재 함께 살고 있거나 과거에 함께 살았거나 또는 다른 형태로 연결된 남성들로부터 당하는 폭력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믿었다. 과거의 작은 일부분을 발견했을 때 우리는 조금 놀랐다. 오늘날이었다면 감히 그렇게 이름 붙히지 못했을 제목인 <영국의 아내 고문 Wife Torture in England>(Cobbe 1878)으로  영향력 있는 글을 썼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 여성폭력 운동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읽는 것은 과거와 연결되는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포셋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이 나뉘고 추려내어져서 – 십진법으로 도서를 분류하는 듀이체계에 따라 – 뿔뿔이 흩어진 채로 런던 정경대학에 놓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쟁에 참여하는 일도 많은 도움이 됐다. 우리는 1976년 포셋 소사이어티[1](19세기의 온건노선 서프러제트 밀리센트 포셋이 설립한 이 단체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여성해방운동의 우리들 중 많은 숫자가 포셋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회의에서 80대, 심지어는 90대의 여성들이 세상을 뜬 자신의 어머니들이 포셋 도서관의 자료들이 산산조각 날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 지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순간 살아있는 유산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포셋 도서관 소장품 중 90여 권의 장서에 대한 신탁 관리자인 어떤 노인이 “우리 어머니가 알았다면 경악했을거야”라고 한 말은 포셋 소사이어티의 회원 중 가장 나이 많고 명망 있는 회원들의 개인적인 입장을 간단명료하게 요약했다. 단체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우리들은 그 말을 듣고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온건”하다고 불려졌던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참정권 운동 안에서도 여성해방운동을 하는 우리들의 정치적 우군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아는 일은 현재와 연결되는 일이다.

[1] Fawcett Society https://www.fawcettsociety.org.uk.


잘나 한머, “우리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일,” 래디컬하게 말하자면, 546-547 (1996).

Jalna Hanmer, “Taking Ourselves Seriously,” Radically Speaking, 546-547 (1996).

번역: 김나영 (nayoungkim@feminis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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